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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달팽이의 회고록' 후기 : 천천히, 그러나 깊게 다가온 영화

by happyjauin 2025. 5. 11.

 

달팽이의 회고록

 

개봉 : 2025.4.30
장르 : 에니매이션
국가 : 오스트레일리아
러닝타임 : 95분
수상내역 : 2025 48회 예테보리국제영화제 - 국제영화 드래곤상
                  2024 26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 장편 대상
                            25회 뉴포트비치 영화제 - 관객상 최우수 애니메이션
                            68회 런던 국제 영화제 - 작품상
                            47회 밀 밸리 영화제- 애니메이션상
                            57회 시체스영화제 - 애니메이션 장편상
                            35회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 대상-장편 애니메이션 특별언급
                            48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장편영화부문 크리스탈상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달팽이의 회고록(Memoir of a Snail)>을 보고 나서, 마음 한구석이 오래도록 울리는 경험을 했어요. 단순한 동화나 가족영화가 아니라, 어른이 된 지금의 나에게도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는 색다른 캐릭터 모습으로 인생의 고통과 희망, 그리고 성장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합니다. 오늘은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점, 그리고 자세한 줄거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요.

1. 줄거리 : 상처와 희망이 교차하는 그레이스의 인생

영화의 주인공은 1970년대 멜버른에 사는 소녀 그레이스. 그녀는 입술갈림증을 가지고 태어나, 어린 시절 내내 수술의 고통과 또래들의 괴롭힘을 겪으며 자랍니다. 어머니는 그레이스와 쌍둥이 오빠 길버트를 낳다 죽었고, 아버지는 프랑스 출신의 곡예사였지만,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고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죠. 그레이스에게 유일한 빛은 쌍둥이 오빠 길버트. 길버트는 언제나 그레이스를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이자 친구였어요.

 
하지만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자, 남매는 서로 다른 위탁가정에 보내집니다. 그레이스는 캔버라의 부부에게, 길버트는 퍼스의 엄격한 종교 가정에 맡겨져 서로 멀리 떨어지게 되죠. 둘은 편지로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어린 나이에 호주 대륙을 건너 재회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레이스는 외로움과 상실감 속에서 달팽이 수집에 집착하게 되고, 점점 더 자신만의 껍질 속으로 숨어듭니다. 위탁가정의 무관심 속에서 마음을 닫고 살아가던 그레이스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준 인물이 바로 괴짜 할머니 핑키입니다.

 
핑키는 여러 번의 결혼과 실직, 고난을 겪었지만 언제나 인생의 밝은 면을 찾아내는 긍정적인 인물이죠. 핑키와 함께 살게 되면서 그레이스는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웁니다.

한편, 길버트는 위탁가정에서 심한 학대와 억압을 당하지만, 막내아들 벤과의 우정으로 버텨냅니다. 성인이 된 그레이스는 전자레인지 수리공 켄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하지만, 결혼식 날 길버트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깊은 우울에 빠집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 켄이 자신을 일부러 살찌우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그레이스는 모든 걸 잃은 듯한 절망에 빠지죠.

 
이후 핑키마저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떠나고, 그레이스는 자살을 결심하지만 마지막 순간 핑키가 남긴 편지와 저금통을 발견합니다. 편지에는 "과거에 머물지 말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라"는 따뜻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죠. 그레이스는 자신의 달팽이 컬렉션을 정리하고, 아버지가 만들어준 달팽이 비니만 남깁니다. 그리고 애니메이터라는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죠.

재회한 길버트와 그레이스


그레이스가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상영회에서 재회한 남매는 아버지의 유골을 유언대로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루나파크 롤러코스터에서 뿌리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찾습니다.

2. 스톱모션의 마법과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달팽이의 회고록>은 8년에 걸쳐 제작된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섬세한 연출이 돋보입니다. 감독 애덤 엘리엇은 전작 <메리와 맥스>에서도 보여줬듯,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유머와 따뜻함으로 풀어냅니다. 영화는 어두운 주제를 다루지만, 곳곳에 유쾌하고 위트 넘치는 장면이 있어 무겁지만은 않아요.

특히 그레이스가 세상과 단절된 채 달팽이 껍질 속에 숨어 지내는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외로움과 두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는 "달팽이처럼 느리게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관객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넵니다.

 

3. 감상 후기

저는 이 영화를 보며 어린 시절의 상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이어가는 용기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그레이스의 이야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겪는 성장통과도 닮아있습니다. 특히 핑키 할머니와의 따뜻한 우정, 그리고 마지막 반전의 재회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큼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죽기 전 현재까지 핑키할머니의 이야기가 쓰인 편지는 감동적이면서 울컥하게 만들었어요. 핑키할머니가 그레이스에게 남긴 말이었지만 나에게 하는 이야기인 것 같았어요. 다른 분들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또한, 스톱모션 특유의 질감과 색감, 그리고 캐릭터들의 미묘한 표정 연기가 살아있어, 보는 내내 몰입감이 대단했습니다.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뿐만 아니라, 인생의 의미나 가족, 상실과 회복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분께 추천하고 싶어요.

 

삶은 되돌아보는 게 아니란다 그레이스. 앞이 더 중요한 법이야. 가장 끔찍한 감옥은 스스로 만든 감옥이란다. 이제 너도 그 껍질에서 나올 차례야. 너 자신에게 자유를 주렴.


달팽이의 느림처럼, 인생도 천천히 나아가면 된다.


<달팽이의 회고록>은 단순한 성장담을 넘어, 상처받은 이들에게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영화입니다.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누구나 달팽이처럼 껍질 속에 숨고 싶어 지죠. 하지만 영화는, 그 느린 걸음조차 언젠가는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진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나의 상처와 아픔도 언젠가는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는 용기가 생깁니다. 어른이 되어도, 아니 어른이기에 더 깊게 와닿는 이 애니메이션. 여러분도 꼭 한 번, 그레이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시길 추천합니다.

추천합니다!

  •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 새로운 애니메이션 영화를 찾으시는 분
  • 애덤 엘리어트 감독의 '메리와 맥스'를 재미있게 보신 분
  • 고민과 상처로 나만의 껍질 속에 숨어 누군가의 따뜻하고 희망적인 말을 기다리고 있는 분

 

 
달팽이의 회고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