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최근 읽은 책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를 소개해 드릴게요.
이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가 남긴 마지막 에세이집으로, 그의 인생과 사상, 그리고 고난의 시대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뇌가 담겨있습니다.
책 소개
슈테판 츠바이크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유대인 부모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유럽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당대에 인기를 누리게 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히틀러를 피해 미국으로 그리고 다시 브라질로 건너갑니다. 그리고 그는 생애 마지막까지 나치에 대응하며 여러 사회 활동과 작품 활동을 병행합니다.
마지막 수업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는 그의 생애 마지막 2년 동안 남긴 기록으로 히틀러와 나치,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상 가장 어둡고 야만적이었던 시절에 남긴 글임에도 인간에 대한 희망이 가득한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요약
1. 걱정 없이 사는 기술
안톤이라는 평범하지만 초월적인 인물의 이야기로, 그는 직업도 집도 없이 매일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갑니다. 그는 당장 오늘 하루에 필요한 것 이상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의 삶은 물질적 소유 없이도 충만했고, 작가는 이런 사람이 있다면 법조차 필요 없을 것이라며 회고합니다.
소유에 얽매이지 않고 선함과 나눔을 통해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 안톤의 모습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현실에서 우리가 안톤과 똑같은 삶은 살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조금 덜 욕심내고, 조금 더 나누며' 살려는 노력을 한다면 좀 더 평안한 삶은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때로 사소하고 어리석은 돈 걱정이 들 때면,
나는 당장 단 하루에 필요한 것 이상을 원하지 않아
늘 여유롭고 투명하게 살 수 있는 이 남자를 떠올린다.
2. 필요한 건 오직 용기뿐
모범생 친구 메테르니히가 가족의 사기로 인해 고립된 상황에서 아무도 그를 돕지 못했던 일을 회상하며, 용기의 부족으로 그를 도울 기회를 놓쳤음을 반성합니다.
아버지의 사기 사건 이후 학교에 등교한 메테르니히에게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다가갈 방법을 몰랐던 친구들은 서로 눈치만 봅니다. 그 외로움과 고립감을 견디지 못한 메테르니히는 그날 이후 다시는 학교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작가는 모범생이었던 메테르니히가 학교를 계속 다녔다면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것을 알기에 그날의 용기 부족이 못된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그의 인생 경로 변경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을 후회합니다.
이 이야기는 용기의 부재가 중요한 순간의 기회를 잃게 만든다는 교훈과 그에 따른 인간의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얘기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가 학교에 왔을 때 한 마디만 건넸다면' '아무 말 없이 가만히 그의 등을 두드려줬다면...' 하고 생각하다가 "나도 이런 적이 없었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생경로를 바꿀 정도의 큰 영향력은 아니더라도, 무뚝뚝하고 내향적인 나이기에 더 많지 않았을까?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아침 우리의 말 한마디,
다정한 몸짓 하나가 그에게
불행과 고통을 이겨낼 힘을
어쩌면 줄 수 있었으리라.
3. 나에게 돈이란
전쟁 후 오스트리아의 극심한 인플레이션 속에서 작가는 돈의 가치가 사라져도 삶은 지속되었으며, 물질적 가치가 떨어지면서 비물질적 가치(우정, 일, 사랑, 예술, 자연 등)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이 극심한 인플레이션의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일상은 변함없이, 언제나처럼 열심히 돌아가고, 오히려 사람들을 더 집중하며 삶을 이어갑니다. 돈을 믿지 못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것들의 진수를 깨닫고 그 가치를 보존하고 수호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힘든 고비를 겪을 때마다 평범한 일상과 비물질적인 가치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한번 더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비록 돈에 실패했지만,
삶의 용기가 기쁨을 잃지는 않았다.
오히려 돈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삶의 오랜 가치가 더욱 중요해졌다.
4. 센강의 낚시꾼
루이 16세 처형되던 당시에도 센강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들을 통해 작가는 삶의 지속성과 자연주의적 가치를 깨닫습니다. 이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일상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작가는
"인간이 전쟁과 역사적 사건에 더는 신경 쓰지 않고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면, 이는 그것을 감당할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지 선한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우리는 작은 심장 하나만 가진 인간이라 우리의 심장은 일정량 이상의 불행을 감당하지 못하므로 우리는 무관심한 듯 역사의 격변 속에서도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 우리의 본질"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작은 심장을 가져서 일정량이상 불행을 감당하지 못하므로 무관심한 듯 일상생활에 집중하는 우리의 모습은, 사람의 일부가 무참히 파괴되어도 일상생활을 이어가길 요구하는 자연의 의지에 순종하는 것'이라는 말이 조금은 위안을 주는 듯했습니다.
우리의 심장은 너무 작아서
일정량 이상의 불행을 감당하지 못한다.
5. 영원한 교훈
로댕과의 만남에서 작가는 위대한 사람들의 친절과 집중력이라는 두 가지 교훈을 얻습니다. 조각가로 큰 성공한 로댕이 보여준 친절함과 작업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집중이 예술과 성과의 비밀임을 깨닫습니다.
로댕의 집에 초대된 작가는 로댕의 그의 작품을 보여주다 손님이 함께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순간 작업에 몰두하는 로댕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습니다. 이 부분에서 예전에 읽었던 '몰입'이란 책이 떠올랐습니다. 위대한 성과는 집중력과 친절에서 비롯된다는 교훈은 우리도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작품과
그 너머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그가 성취하고자 했던
더 높고 더 진실한 형태만 응시했다.
6. 알폰소 에르난데스 카타를 위한 추도사
사고로 죽은 동료 작가 알폰소 에르난데스 카타를 기리는 글로, 츠바이크 자신과 그의 작품이 조국과 세계문학을 연결하며 봉사한 점에서 공통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글을 읽으며 이렇게 따뜻한 추도사를 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 심장이 아무리 지쳤더라도
체념하지 않고 그가 존재했었노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7. 거대한 침묵
나치 시대의 폭력과 언론·문화 탄압을 다룬 글로, 작가는 침묵 강요를 가장 잔인한 영혼 훼손으로 정의하며 이를 고발합니다.
이 이야기는 나에게 일제 강점기, 군부 독재 시대의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함께 공부하던 친구가 갑자기 사라지고, 가족, 이웃 간의 대화도 조심해야 했던 그 시절. '영혼이 억압받으면 우리는 말을 통해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작가. 하지만 침묵의 외침만이 가능했던 암울한 그 시절의 그들은 어떻게,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침묵, 뚫을 수 없는 침묵, 끝없는 침묵, 끔찍한 침묵.
나는 그 침묵을 밤에도 낮에도 듣는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 내 귀와 영혼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어떤 소음보다 견디기 힘들고, 천둥보다,
사이렌의 울부짖음보다, 폭발음보다 더 끔찍하다.
8. 이 어두운 시절에
세계대전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담은 기록으로, 이 글은 츠바이크가 작가들이 모인 뉴욕 펜(PEN) 클럽에서 한 연설문입니다. 이 연설문에서 그는
'나치의 만행으로 믿음과 낙관을 잃었지만, 자유의 필수성과 신성함을 절절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영원한 별이 얼마나 찬란하게 하늘에 떠있는지 알려면 먼저 어두워져야 하듯, 도덕이 힘과 무적의 정신을 흔들림 없이 믿게 하는 것은 말과 글을 가진 작가의 사명'임을 강조합니다.
나치가 유럽 전체를 휩쓸던 그 힘든 시기에 나치와 같은 독일어를 쓰는 작가로서 수치심과 죄책감 그리고 책임감과 사명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음을 느끼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우리는 밝은 대낮에 별을 보지 못하듯,
삶의 신성한 가치가 살아 있을 때는 그것을 망각하고,
삶이 평온할 때는 삶의 가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영원한 별들이 얼마나 찬란하게 하늘에 떠 있는지 알려면,
먼저 어두워져야 합니다.
9. 하르트로트와 히틀러
히틀러와 빈센테 블라스코 이바녜스의 '묵시록의 네 기사' 속 인물 하르트로트를 비교하며 독일 국민 내면에 내재된 세계 지배 욕망을 분석합니다.
소설 속 하르트로트는
'독일인이 다른 민족보다 우월하고 세계를 지배할 권리를 신으로부터 부여받았다. 세계를 지배하는 폭력만이 정의를 실현하고 우리는 오직 전쟁을 통해 우리의 문화를 모두에게 강요할 것이다. 독일 정신이 지배권을 쥐는 즉시 자유를 조직으로 대체해야 하여 개인은 더 높은 지배자에 복종해야 하고 지배자의 감독아래 최대한 많은 양을 생산해야 한다. 그렇게만 해도 완벽한 국가가 만들어진다.'라고 말합니다.
히틀러가 등장하기 25년 전 블라스코 이바녜스는 그의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이를 예언하였고, 또 그 광기가 실현되었습니다 (물론 끝은 다행히 실패했지만).
츠바이크의 표현처럼 '독일인의 무의식 속에 이런 꿈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히틀러가 유독 이 인물에 심취한 것일까?' 갑자기 궁금증이 생깁니다.
오로지 폭력만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자유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마무리
이 책의 글이 쓰일 때쯤, 슈테판 츠바이크는 힘든 역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 세계의 도움 요청을 통해 사람들의 비참함을 더 상세히 알게 될수록, 모든 형태의 오랜 사회 활동은 그를 지치게 만듭니다. 그리고 결국 선에 대한 헌신을 원동력으로 삼았던 그는 모든 활력을 상실하고 그의 아내와 함께 약물 과다복용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가 자살하기 직전 1942년 초 동료 작가에게 한 말은 통해 그가 얼마나 깊은 고뇌와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가장 주의할 파괴가 벌어지고 있고,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끌려가는 것을 알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숨을 쉬고 자고 먹을 수 있겠습니까? 창작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가장 악의적인 파괴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뭔가를 만들 수 있겠어요!
작가로서, 글을 통해, 오랜 전쟁과 나치의 만행 속에서도 자유와 도덕의 힘, 무적의 정신을 믿게 만들려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애쓴 그의 마음은 이 책에 따뜻하게 녹아 있습니다. 어두운 상황에서 쓰인 글임에도 암울하고 어둡지가 않고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삽화가 나와 '이야기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생각하면서 읽는 묘미도 있었습니다.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 그의 삶에 대해 찾아보고, 그의 삶을 알고 읽으니 더 그의 고뇌를 느끼며 읽을 수 있어 글이 더 와닿았습니다.
- 저자
- 슈테판 츠바이크
- 출판
- 다산초당
- 출판일
- 202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