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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시집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by happyjauin 2025. 3. 28.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얼마 전 읽은 한강 작가의 시집 '저녁을 서랍에 넣어 두었다'에 대한 리뷰를 써보려고 해요. 평소 시집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지만 독서모임에서 한강 작가의 책 6권을 같이 읽는 중이라 이 기회에 읽게 되었어요.

이 시집은 한강 작가 특유의 우울함과 더불어 그녀의 독특한 감성과 깊은 사유도 함께 담겨 있었어요. 이 시집은 각 5부로 나뉘어 있는데 각 부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그럼 이제 각 부를 나누어 살펴보도록 할게요.

 

1부 새벽에 들은 노래 : 상실과 고독

<새벽에 들은 노래>

봄빛과

번지는 어둠

틈으로

반쯤 죽은 넋

얼비쳐

나는 입술을 다문다

봄은 봄

숨은 숨

넋을 넋

나는 입술을 다문다.

어디까지 번져가는 거야?

어디까지 스며드는 거야?

기다려봐야지

틈이 닫히면 입술을 열어야지

혀가 녹으면

입술을 열어야지

다시는

이제 다시는


첫 번째 부에서는 새벽의 고요함과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어요. 작가는 새벽의 정적 속에서 들리는 노래를 통해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읽다 보면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 와요. 한강 작가의 글은 역시 어렵지만 시라서 더 감각적이면서 섬세하게 다가와요.


2부 해부극장 : 고통과 자기 해체

<해부극장>

한 해골이 
비스듬히 비석에 기대어 서서
비석 위에 놓인 다른 해골의 이마에
손을 얹고 있다

섬세한
잔뼈들로 이루어진 손
그토록 조심스럽게 
가지런히 펼쳐진 손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이
안구가 뚫린 텅 빈 부분을 들여다본다
(우린 마주 볼 눈이 없는 걸.)
(괜찮아, 이렇게 좀더 있자.)


두 번째 부는 '해부극장'이라는 제목처럼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시들이 담겨 있어요. 이 시들은 인간 존재의 복잡함과 고통을 해부하듯이 드러내요. 

한강 작가는 2부 해부극장에서 독자에게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뇌와 갈등을 해부하듯이 노골적으로 표현해요. 그래서 읽다 보면 생생한 이미지가 떠올라 불편하기도 해서 다른 부와 비교해 가장 어두운 분위기를 느끼게 했어요.


3부 저녁 잎사귀 : 회복과 재생

<저녁 잎사귀>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밤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찾아온 것은 아침이었다

한 백 년쯤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내 몸이
커다란 항아리같이 깊어졌는데

혀와 입술을 기억해 내고
나는 후회했다

알 것 같다

일어서면 다시 백 년쯤
볕 속을 걸어야 한다
거기 저녁 잎사귀

다른 빛으로 몸 뒤집는다 캄캄히
잠긴다


세 번째 부에서는 저녁의 일상과 그 속의 감정을 다룹니다. 저녁은 하루의 끝을 의미하며, 그 안에는 다양한 감정이 얽혀 있어요.

한강작가는 '저녁'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잎사귀'라는 자연적 이미지를 통해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과 슬픔을 동시에 표현해요.

세 번째 부에서 나오는 '회복기의 노래', '다시 회복기의 노래. 2008', '괜찮아' 시처럼 두 번째 부의 어두운 내면의 갈등에서 이제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금 전환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4부 거울 저편의 겨울 : 내면의 반영과 성찰

<거울 저편의 겨울>
   1
불꽃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푸르스름한
심장
모양의 눈

가장 뜨겁고 밝은 건
그걸 둘러싼
주황색 속불꽃

가장 흔들리는 건 
다시 그걸 둘러싼
반투명한 겉불꽃

내일 아침은 내가
가장 먼 도시로 가는 아침

오늘 아침은 
불꽃의 푸르스름한 눈이
내 눈 저편의 들여다본다
......(이하생략)


네 번째 부는 겨울의 차가움과 내면을 비추는 거울을 통해 갈등을 표현합니다. 겨울은 외부의 차가움뿐만 아니라, 내면의 고독과 싸움을 상징하기도 하죠.
 
한강 작가는 이 시를 통해 겨울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따뜻함과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차가운 겨울이지만 그 속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을 찾으려는 작가의 노력이 조금 보이는 듯해서 나에게도 뭔가 알 수 없는 뭉클함을 주었어요. 


5부 캄캄한 불빛의 집 : 삶과 죽음의 경계

<캄캄한 불빛의 집>

그날 우이동에는
진눈깨비가 내렸고
영혼의 동지인 나의 육체는
눈물 내릴 때마다 오한을 했다

가거라

망설이느냐
무엇을 꿈꾸며 서성이느냐

꽃처럼 불 밝힌 이층집들,
그 아래서 나는 고통을 배웠고
아직 닿아보지 못한 기쁨의 나라로 
어리석게 손 내밀었다

가거라

무엇을 꿈꾸느랴 계속 걸어가거라
......(이하생략)


마지막 부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탐구하며 어둠 속에서의 희망과 절망을 이야기합니다. '캄캄한 불빛의 집'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을 상징해요.

한강 작가는 '캄캄한 불빛의 집' '첫새벽'의 시처럼 마지막부에서는 시를 통해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표현한 것 같아요.

어둡고 절망스러웠던 첫 번째~네 번째 부를 지나 마지막 부에서는 '그래도 빛은 존재한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강 시집 '저녁을 서랍에 넣어 두었다'

 

시를 읽고 나서


지금까지 한강의 시집 '저녁을 서랍에 넣어 두었다'였습니다. 이 책은 각 부마다 다양한 주제를 다두고 있어서 읽는 동안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한강 작가의 글은 단순한 언어로 표현하지만 그 속에 복잡한 감정을 내포하고 있어서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특히 시집은 적은 글로 함축되어 있으니 소설보다 더 그런 것 같아요.
 
평소 시를 즐겨 읽지 않는 저는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모든 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다 이해하기는 힘들었어요. 그래도 특히 내 마음에 와닿는 시가 있었어요.  '파란 돌'이 그랬어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뜻을 다 이해할 순 없지만 그  느낌만을 공감하고 느낄 수 있었던 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시가 와닿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셨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