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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2025): 한국의 황혼 속 사랑, 후회, 그리고 재생의 순간

by happyjauin 2025. 9. 17.

 

 

 

영화 '첫여름'과 그 의미

 

가끔씩, 겸손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하는 영화 한 편이 등장해 사랑과 기억에 관한 우리의 인식을 조용히 바꿔 놓곤 합니다. <첫여름>(2025, 감독 허가영)은 늘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인 영순을 통해 노년에 다시 피어나는 감정의 의미를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단편 부문 대상을 받으며 '첫여름'은 노년의 로맨스를 진부한 방식이 아닌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한 영화임을 증명했습니다.


이 작품은 일상에서 부딪히는 갈등과 소망, 그리고 오래된 습관과 새 희망이 부딪힐 때 느껴지는 어색함을 잔잔하게 엮어냅니다. 깊이 있는 한국 영화를 찾거나 칸의 주목받는 신작을 궁금해하는 이라면, <첫여름>에서 조용한 감동과 변화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작진 및 주요 출연진 소개

감독 및 제작

감독/각본/편집: 허가영 감독은 시나리오, 연출, 편집, 의상, 타이틀 디자인까지 모든 작업을 직접 담당하며 뚜렷한 작가적 시선을 보여줍니다.
제작: 독립 영화로 개인 창작의 열정이 오롯이 담긴 작품.

수상내역

26회 대구 단편영화제 관객상

78회 칸영화제 라 시네프 1등 상

주요 출연자

  • 허진 : 영순 역
  • 정인기 : 학수 역
  • 신미영 : 선이 역

조연이 많지 않아 배우들의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더욱 돋보입니다. 

 

 

줄거리 핵심 요약

영순에게 고민이 생깁니다. 가족 모두의 기대가 집중된 손녀의 결혼식, 그리고 오롯이 자신의 진정한 마음이 닿아 있는 연인이자 오랜 춤 파트너인 학수의 49재. 가야 할 곳과 보고 싶은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는 영순. 가족들은 그녀에게 결혼식 참석을 권하지만, 영순은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길로 향합니다. 그 길 위에서 함께 했던 세월, 사랑, 후회, 밤늦은 춤과 소소한 선물 등 지난 시간들이 단편적인 회상으로 펼쳐집니다.


학수와의 기억은 나비 브로치, 빛바랜 춤 신발, 과거에 주고받은 작은 선물 등으로 상징되며, 과거의 낭만을 감상적으로 부풀리지 않고 담백하게 보여줍니다. 영순과 학수의 관계 역시 결코 완벽하지 않은, 자존심과 비밀, 짧은 기쁨,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진짜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가장 중요한 장면은 영순이 가족과 친구의 기대를 단호히 거부하며 자신만의 선택을 지켜내는 순간입니다. 49재 장면은 특별히 감정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오래된 노래, 사진, 짧은 기도가 이어지는 조용하지만 깊은 의식입니다. 49재가 끝나고서야 영순은 자신의 상실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며,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도 비로소 떠오릅니다.

 

 

영화가 전하는 주요 메시지와 테마

노년에 싹트는 사랑

<첫여름>은 노년의 로맨스를 연민을 담거나 감상적으로 다루는 기존 관습을 거부합니다. 영순과 학수의 사랑은 평범하고 때로 어색하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 속에서 의지가 느껴집니다. 욕망, 희망, 후회는 나이와 상관없이 사라지지 않음을 전합니다.

가족과 개인의 선택

영순의 결정은 가족의 기대와 자신의 진실 사이의 충돌을 상징합니다. 이 갈등은 어느 한쪽을 악마화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절제된 시선으로 그려집니다.

기억, 의식, 슬픔

49재 같은 의식은 상징적인 행위 그 이상입니다. 자신의 삶을 다시 일으키는 과정이며, 영순 역시 슬픔을 통과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 나갑니다.

 

 

연출 기법과 시각적 상징

나비 브로치, 노인의 집 등 시각적 상징이 영순의 감정선을 은근히 뒷받침합니다. 긴 롱테이크와 고요한 장면들은 한순간의 불편함과 아름다움 모두를 관객이 충분히 음미할 수 있도록 허락합니다.

 

 

감상후기

관객과 평론가들은 큰 사건 없이도 깊은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내는 영화임에 주목합니다. 영화 <첫여름>은 따뜻하고 정직하며 결코 인위적이지 않습니다. 49재를 하는 절에서 불경에 맞춰 춤을 추는 영순의 모습은 가장 잊지 못할 장면입니다. 마지막 가는 그와 함께 춤을 추는 듯합니다.

 

"나는 어떤 여자일까?... 난 음악 소리만 나면 막 춤추고 싶어. 성미가 그래."


49재가 끝난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영순. 빨랫줄에 걸려 있는 드레스와 멍하니 담배를 무는 그녀의 모습엔 그리움, 외로움, 무력감이 묻어나 가슴 한편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가 말한 성미대로 깨끗이 빤 드레스를 입고, 다시 춤을 추며 살아갈 것입니다.

 

영화가 남긴 깊은 울림

 

<첫여름>은 작위적이지 않고, 작지만 깊은 감정에 집중하는 보기 드문 한국 영화입니다. 영순의 개인적인 선택을 통해 노년의 사랑, 슬픔, 용기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멜로드라마나 지나친 과장 없이, 매 순간을 진실과 선택의 문제로 풀어내는 허가영의 단편은 삶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는 소중한 교훈을 남깁니다.


사람과 삶의 진정성을 담은 작품을 찾는 분이라면 <첫여름>이 꼭 기억될 만한 작품일 것입니다. 칸의 영광도 결국 많은 한국 관객들이 먼저 알아채고 아꼈던 그 ‘진짜’ 감동의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요 제작진 및 출연진 정보표

역할 이름 담당 분야
감독 허가영 연출, 각본, 편집, 의상, 타이틀
영순 허진 주연
학수 정인기 조연
선이 신미영 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