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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의 시작을 엿보다 – 데뷔작 ‘아무렇지 않은 얼굴’ 관람 후기

by happyjauin 2025. 8. 10.

 

 

하마구치 류스케의 시작을 엿보다 – 데뷔작 ‘아무렇지 않은 얼굴’ 관람 후기

거장의 초창기를 만나다

‘드라이브 마이 카’ 등으로 세계 영화 팬들의 찬사를 받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오래도록 좋아해 온 팬으로서, 그의 초기작들을 모은 특별전을 보러 갈 수 있다는 사실은 무척 기대되는 일이었습니다. 이번 특별전에서 상영된 중심 작품은 한국에서 처음 공개된 그의 데뷔 중편작 아무렇지 않은 얼굴(2003)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하마구치 감독의 영화 언어가 어떤 형태로 태동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1. 영화 정보 및 제작진 소개

아무렇지 않은 얼굴은 하마구치 류스케가 도쿄대학교 영화연구회를 활동하면서 만든 43분짜리 중편 영화입니다. 8mm 필름 카메라를 직접 사용해 촬영했으며, 놀랍게도 감독 본인이 출연까지 담당했습니다. 물론 이후 그의 작품들에서는 복잡한 서사와 깊이 있는 심리 묘사가 두드러지지만, 이 작품에서도 인간 간의 소통, 몸짓, 침묵이 드러내는 감정 같은 하마구치 특유의 관심 지점이 섬세하게 포착되어 있습니다.

이번 특별전은 총 다섯 편의 초기작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하마구치 류스케 초기작 특별전: 아무렇지 않은 얼굴(Like Nothing Happened)이라는 타이틀로 8월 6일부터 19일까지 전국 CGV아트하우스에서 상영 중입니다. 이 회고전은 관객들로 하여금 하마구치가 실험적인 학생 감독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2. 줄거리 소개 – ‘아무렇지 않은 얼굴’

<아무렇지 않은 얼굴> 은 학생 영화다운 미니멀리즘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극적인 사건 없이도 인물 간의 미묘한 대화, 몸짓, 표정 변화를 통해 내면의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게 만듭니다.

명확한 줄거리보다는, 잔잔하게 흐르는 장면들이 모여 결국 감정의 흐름을 전달합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관객은 장면 속 인물들의 표정과 말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의 떨림을 느끼게 됩니다. 제목인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 보여주듯,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그 안에는 말로 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숨어 있습니다. 이는 이후 그의 대다수 작품들이 공유하는 중요한 테마이기도 합니다.

3. 개인적인 감상 –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이제 막 비범한 재능이 피어나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는 감정이었습니다. 8mm 필름 특유의 거친 질감과 학생 작품다운 제작 환경이 오히려 영화의 진정성을 부각해 주었습니다.
상업 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는 관객에게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침묵과 공기의 흐름, 눈빛과 어색한 기류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그 자체가 영화 감상의 핵심이 됩니다. 하마구치 감독의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입문서와도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4. 이번 특별전이 갖는 의미

이번 특별전은 단순히 오래된 필름을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세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팬들뿐만 아니라, 영화 연출에 관심 있는 신인 감독들에게도 커다란 영감을 줄 만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말보다 더 많은 걸 전달하는 ‘침묵’의 미학이 이 영화에서부터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처럼 감독의 현재와 과거를 연결해 주는 기획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되돌아볼 가치가 충분한 출발점

<아무렇지 않은 얼굴> 은 단순한 학생 영화 이상입니다. 그 속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철학과 연출의 태동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인간의 감정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 장면과 장면 사이에서 울리는 감정의 진동 — 이 모든 것이 그의 첫 작품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이번 특별전은 관객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감동을 전했습니다. 하마구치 감독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는 진정성과 탐구 정신. 그것은 처음부터 거기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