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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0' 영화 리뷰 - 소외된 청춘의 코드를 풀다

by happyjauin 2025. 9. 19.

 

3670: 평범함 속에서 빛나는 청춘의 코드

친구, 정체성, 그리고 연결의 숨겨진 언어를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찾는 여정

서론

서울의 커뮤니티, 낯선 연결의 시작

영화 ‘3670’을 검색하는 독자들은 대부분 한국 사회의 새로운 단면, 특히 쉽게 접하기 힘든 소재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찾고자 합니다. 박준호 감독의 데뷔작 ‘3670’은 국내 퀴어 영화와 탈북자 드라마 장르를 동시에 다시 쓰는 작품으로, 젊은 세대의 외로움과 소수자 정체성을 아주 사실적으로 비춥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 캐스팅, 그리고 사회적 맥락을 중심으로, ‘3670’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부분을 깊이 있게 안내합니다.

 

제작·출연진 소개

낯선 드라마, 살아 있는 캐릭터

  • 감독/각본/편집: 박준호
  • 프로듀서: 이혜인
  • 촬영: 한상길
  • 사운드: 김원
  • 음악: 이수빈
  • 주연: 조유현 (철준 역)
  • 조연: 김현목 (영준 역), 조대희 (현택 역)
  • 참여배우: 배한솔, 임지형, 전두식 외

박준호 감독의 첫 장편은 탈북자와 성소수자라는 극도의 ‘이중 소수성’을 가진 주인공 철준의 시점에서, 종로 3가와 이태원 등 실제 커뮤니티 현장에서 촘촘하게 촬영했습니다. 감독 자신이 탈북자 대상 교육 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커뮤니티의 리얼리티와 정서적 소외를 그려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3670’은 2025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을 하며 평단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은 대표적 독립영화입니다.

 

주요 인물과 줄거리

철준의 조용한 용기와 성장

  • 철준: 함경북도 출신 27세 탈북 청년. 남한 생활 7년 차지만, 여전히 게이 정체성을 동료들에게 밝히지 못한 채 외로움에 시달립니다.
  • 영준: 철준이 술번개(커뮤니티 번개모임)에 처음 참가하면서 사귄 동갑내기 친구. 둘 사이는 친구와 연인 사이의 모호함을 오가며 신경전을 벌이게 됩니다.
  • 현택: 두 사람 사이에 등장하여 갈등을 촉발하는 인물.

줄거리 요약

철준이 일회성 만남 파트너로부터 성소수자들의 커뮤니티를 소개받게 됩니다. 휴대폰에 뜬 “종로 3가 6번 출구에서 7시에 만나자(3670)”라는 코드 메시지처럼, 영화 속 커뮤니티는 은근한 암호와 규칙으로 운영됩니다.

 

철준은 앱으로만 짧은 만남을 이어가던 고립된 삶에서, 직접 커뮤니티 모임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관계를 시작합니다. 그 모임에서 알게 된 영준과 친구가 되지만, 곧 현택의 등장으로 삼각 갈등이 고조됩니다.

 

이 영화는 탈북자인 동시에 성소수자인 철준의 정체성과, 그의 남한 적응기를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온전히 편입될 수 없는 외로움, 미묘한 감정의 오해와 충돌, 그리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용기 있는 질문이 주된 줄거리의 흐름입니다. 코드 ‘3670’은 친구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약속의 암호이자, 누군가와 만나고 싶은 순수한 마음을 상징합니다.

 

주제와 경험

소수자의 일상, 익숙함 안의 불안

영화 ‘3670’이 특별한 이유는 소수자의 ‘고난’이나 ‘혐오’만을 강조하지 않고, 진짜 일상의 기쁨과 불안, 그리고 소속감의 욕구를 세밀하게 담아내기 때문입니다. 철준은 번개 모임, 아르바이트, 입시 준비 등 평범한 하루를 살아갑니다. 하지만 평범한 순간마다 정체성을 감추는 불안, 혼자라는 외로움, 그리고 친구와의 사소한 갈등이 얽혀 긴장감을 만들죠.

 

박준호 감독은 ‘현실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도로, 억지로 미화도, 혐오 표현도 배제했습니다. 인물들은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 각자의 두려움과 욕망으로 행동합니다. 관객은 철준과 함께 낯선 공간을 탐색하며, 소수자가 겪는 아주 실제적인 고민에 동참하게 됩니다.

 

 

평가와 수상 내역

독립영화계의 새로운 성취

영화 ‘3670’은 2025년 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을 달성하며 화제작으로 떠올랐고, 개봉 첫 주 관객 1만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주연 조유현, 김현목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실제 커뮤니티 풍경의 섬세한 재현, 그리고 서사적 완성도에 대한 평단의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국내외 Queer 영화계에서도 ‘혐오의 반복이나 자극적 연민 대신, 바로 지금 살아가는 청년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라는 점에서 참신함을 인정받았습니다.

 

 

개인적 후기

‘내가 있을 곳’을 찾는 용기

영화 ‘3670’의 가장 큰 미덕은 자극 대신 ‘일상’을 조명하는 점입니다. 다른 성소수자와 탈북자들 소재의 영화처럼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부분만을 강조한 이야기가 아닌 그들의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삶을 좀 더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듭니다.

 

철준은 커뮤니티에 쉽게 녹아들지 못하지만, 작은 모임을 통해 서글픈 외로움과 진짜 친구와 연인을 만나려는 절박함을 보여줍니다. 관객은 지하철역 번화가,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 이태원의 바에서 오가는 사소한 순간들을 통해, 영화가 바로 내 옆에 존재하는, 진짜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철준은 탈북한 그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는 걸, 언제가 만날 부모님께 증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대입 공부, 자소서등 열심히 살아갑니다. 철준은 이중소수자이기에 이중의 고립감과 외로움이 존재하지만, 점점 적응하고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은 평범한 다른 청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

코드를 넘어, 진짜 커뮤니티로

영화 ‘3670’은 거창한 메시지나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친구를 향해 영어로도, 암호로도, 조심스럽게 손을 내미는 ‘작은 용기’의 연속입니다. 오랜 상처를 감싸는 새로운 관계, 변화하는 젊은 세대의 진짜 일상, 그리고 소수자가 소수자로만 남지 않는 순간의 감정을 세심하게 그려냅니다.

 

서울의 암호 같은 공간, 번개 모임의 규칙,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연대는 결국 누구라도, ‘내가 있을 곳’을 찾고 싶은 마음임을 보여줍니다. ‘3670’은 동시대의 진짜 젊은이, 커뮤니티, 그리고 소속감의 의미를 통찰하는 귀중한 영화로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